본문 읽기

0%

PART 09

현철

철구의 부탁은 짧았다. 도윤을 찾아라. 도윤이 쓰러뜨린 사람들이 죽지 않게 해라. 그리고 조폭이 도윤을 건드리지 못하게 해라. 현철은 세 가지가 한 문장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현철은 거미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혜원에게서 얻은 사람의 기를 가져오는 능력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쓰지 않기로 한 힘이었다. 대신 그는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현철은 먼저 첫 장소로 갔다. 사내는 이미 구급차에 실려 갔고, 철구가 남긴 메모에 도윤이 간 방향이 적혀 있었다. 현철은 그 방향으로 달렸다.

두 번째 장소에는 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한 명은 각목을 쥔 채였다. 도윤은 이미 떠난 뒤였다. 현철은 한 사람씩 무릎을 꿇고 숨을 확인했다. 한 명은 고개가 꺾여 있어 옆으로 눕히고 기도를 열었다. 119에 위치를 말했다. 그 사이 도윤은 더 멀리 갔다.

현철이 도윤을 따라잡았을 때 도윤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등과 어깨가 맞은 자리에서 열이 올라 있었다. 그를 붙잡은 손이 잠깐 머뭇거렸다. 기를 빼앗으면 도윤은 그 자리에서 멈출 것이다. 현철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안 해. 그런 짓.”

도윤은 현철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지원이 있는 곳을 아느냐고만 물었다. 현철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뒤는 내가 본다고 했다. 같이 가자고도 했다. 도윤은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면 그만큼 지원에게 남은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그때 골목 끝에서 차 두 대가 들어왔다. 조폭들이 내렸다. 현철은 도윤의 손목을 놓고 그들 앞에 섰다. 한 사람을 따돌리는 동안 다른 사람이 달려들었다. 그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도윤은 골목에 없었다.

현철은 처음으로 도윤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