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4
일등
첫 학기 성적이 나온 날 학과 게시판에 석차가 붙었다. 일등 자리에 도윤의 이름이 있었다. 도윤은 밤마다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했고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수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돈만이는 한 번도 일등을 놓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확히는 놓칠 것 같으면 돈으로 과외와 대리 과제를 샀다. 이번에는 조별과제 점수가 갈렸다. 교수는 태식의 발표와 도윤의 보고서를 따로 평가했다. 신입생 첫 학기 수석에게 주는 표창에는 해마다 돈만이 집안의 이름으로 기부금이 들어갔다. 그 표창에 도윤의 이름이 올라갔다. 돈만이는 부모에게 이미 그 자리를 말해 두었다.
그날부터 도윤은 과의 표적이 되었다. 괴롭힘에는 순서가 있었다.
처음에는 별명이었다. 나무껍질이라는 말이 복도에서 들렸고, 곧 일등 나무라는 말로 바뀌었다. 다음에는 도윤의 노트가 사라졌고, 사물함에 나무 부스러기가 쏟아졌다. 그다음에는 휴대폰이 도윤을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 모습, 소매에서 조각이 떨어지는 모습이 단체방에 올라갔다.
도윤은 세 번 모두 참았다. 관장이 가르친 대로 먼저 손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성적표 맨 위에 적힌 자기 이름을 한 번 더 보았다. 아무도 대신 써 주지 않은 이름이었다.